합정 일대 클럽들을 관찰하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취향의 음악을 찾아 모여들지만, 정작 공간이 가진 구조적 효율성을 따지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바 뒤편 사각지대나 입구 근처 기둥 뒤에 앉아 사람들이 춤추는 패턴을 구경하곤 한다. 그곳에서 보면 어떤 클럽이 스피커 위치를 바보같이 설정했는지, 혹은 동선이 꼬여서 맥주 한 잔 주문하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드는지 훤히 보인다. 사운드 밸런스가 안 맞는 곳은 결국 롱런하지 못한다.
특히 좁은 공간에 억지로 우퍼를 몰아넣은 곳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저음이 벽에 반사되어 귀를 때리는 탓에 음악의 알맹이는 사라지고 웅웅거리는 진동만 남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노는 사람들은 리듬을 타는 게 아니라 그저 소음을 견디며 몸을 흔들 뿐이다. 공간의 설계자가 현장을 직접 뛰어본 적이 없다는 증거다. 춤추러 간 건지 소음 공해를 감상하러 간 건지 구분 안 되는 환경은 정말이지 비효율의 극치다.
반면 특정 클럽은 스피커 방향을 교묘하게 비틀어 사각지대 없이 소리를 쏜다. 이런 설계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시간대에도 주문 동선이 겹치지 않는 곳은 설계자가 얼마나 머리를 굴렸는지 짐작게 한다. 동선이 효율적이면 술을 주문하는 사람과 춤추는 사람이 부딪힐 일이 없다.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이 효율 하나가 클럽 안의 전체적인 에너지 밀도를 결정한다. 불필요한 이동을 줄여야 그만큼 더 춤에 집중할 수 있는 법이다.
매번 클럽의 장르나 라인업만 보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공간의 물리적 환경을 놓치는 이들이 많다. 나는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공간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 가차 없이 평가를 낮게 매긴다. 음악은 예술이지만 클럽 운영은 철저히 물리학과 동선학의 영역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따져가며 볼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돈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가장 효율적으로 놀 권리가 있다. 당신이 어제 다녀온 그곳은 과연 당신의 체력을 제대로 아껴줬는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어떤 곳을 선택하든 그건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다음번에 합정에서 갈 곳을 정할 때는 제발 음악 장르 말고도 스피커의 위치와 화장실로 가는 길목이 얼마나 혼잡한지 정도는 관찰해봤으면 한다.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입구에서 사람 치이고 술 한 잔 마시려다 진 다 빼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오늘도 구석에서 팝콘을 씹으며 그 아비규환을 관찰할 예정이니, 본인들의 선택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껴보길 권한다. 관점만 바꿔도 노는 물의 급이 달라진다.